예비 치과의사 체험 유익하고 감사
예비 치과의사 체험 유익하고 감사
  • 조은영
  • 승인 2023.07.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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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경희대 치과대학 본과 2학년) 기고문

한번도 가본 적 없던 몽골의 첫인상은 쨍쨍한 햇볕과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었다. 몽골은 사막이라 더울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선선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고 내리 비가 와서 습윤했다. 건조할 것을 대비해 습윤 마스크와 립밤, 인공눈물 등 여러 가지를 챙겨간 것이 무색하게.

첫째 날은 가볍게 이마트에 들러 구경을 하고 the bulls라는 샤브샤브 식당에서 양, 말, 소고기와 각종 채소 샤브샤브를 먹었다. 그리고 호화로운 5성급 호텔의 전경에 놀라며 체크인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잠에 들면서 진료 봉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였던 기억이 난다.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진료 봉사에 투입되었다. 잠시 보건소장님을 찾아뵙고 바로 병원에 도착했는데 의외로 시설이 깔끔하고 현대적이어서 다들 놀라워했다. 나는 아직 치대생 신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료는 보지 못했고, 예진팀과 진료 어시스트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비교적 편한 예진팀에서도 은근히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환자들 전체에 대해 붙이는 번호 체계와 더불어 이전에 내원했던 환자의 경우 차트를 이중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일일이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조해가며 찾아서 진료실에 전달해야 했고 해당 날짜마다 환자의 접수 순서를 반영하여 (날짜)-(환자 순번) 체계도 헷갈리지 않게 기록해야 했다.

한 번은 집에 몇 개월 안 된 신생아를 둔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오셔서 먼저 진료를 받겠다고 하신 일이 있었다. 그때 환자 차트를 찾아서 최대한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는 방을 찾아 맨 앞에 올려두는 것이 내 임무였다. 와중에 몽골어를 몰라 통역사분들을 눈으로 끊임없이 좇아야 하는 것은 기본에, 한 진료방은 리도카인을 이미 주사한 아이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며 난처해하기도 했었다. 그 상황에서 진료방 선생님들과 예진팀 선생님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으면서 봉사단의 일원이 되었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날은 어떤 아이가 부모님 없이 혼자 씩씩하게 왔는데, 2시부터 와서 6시까지 접수도 못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뒤늦게야 발견한 우리는 모두 그 아이에게 사과하고 격려했다. 그런 우리의 태도를 알았는지 아이는 오히려 우리에게 우리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겠다 하기도 했고, 모두에게 간식을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다. 이 고마운 아이는 치아 관리도 잘 해둬서 어찌나 청결한지 필요한 것이 스케일링뿐이었다. 마지막까지 우리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떠난 아이는 휴대폰 속에 영원한 미소로 저장돠어 남아있을 것이다

셋째 날도, 넷째 날도 봉사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총괄해주신 이사님부터 누구보다 손 빠르고 정확한 술식을 맡아주신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선생님들, 그리고 진료실 안팎의 상황 조율과 재료 준비, 차트 정리를 도와준 도윤군과 명헌님, 어시스트와 재료 전달, 깨알 술식 구경까지 했던 대학생 봉사자들 모두가 힘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첫날 25명, 둘째 날 52명, 셋째 날 29명으로 총 106명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진료 보조를 서면서 GI를 빠르고 적절하게 혼합하는 나름의 요령도 생겼고, 마지막 날은 선생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유측절치 발치를 경험해볼 수도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치과의사로서 실제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가까이서 간접 체험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치과의사는 그저 진료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치료 내용을 적절히 설명도 해야 하고, 어린아이가 치료 거부를 하면 달래고 어르면서 치료를 계속 이어나가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동작이 기본이기 때문에 목과 허리 디스크는 포기(?)해야 한다.

환자가 밀려들어오면 화장실도 채 못 가고, 4~5시간이고 앉아 진료를 봐야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학기 중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치과의사라는 직업적인 무게와 숭고함이 다시 와 닿았다. 다음 학기에는 봉사를 통해 배운 책임감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한편 몽골에서 내리 봉사만 하고 온 것은 분명 아니었다. 투우아이막 보건소장님이나 통역사님 초청을 받아 양고기 요리나 닭고기 같은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했고, 게르에서 숙박하는 경험도 해봤으며, 말을 타거나 독수리를 팔에 얹어보고, 거북이 바위, 칭기스칸 동상과 같은 유적지도 볼 수 있었다.

비록 별을 못 보고 온 것이나 캐시미어 의류를 구매하지 못한 것만은 아쉽지만, 미리부터 발치도 경험해보고 어시를 서면서 선생님들의 섬세한 프렙 과정을 구경하거나 GI를 빠르게 세팅하는 등 실무 면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유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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