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 생명과 건강 담보 총파업 언급 유감”
의료계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대정원 확대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강경 투쟁의 의미를 담아 삭발을 단행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투쟁 당시 9.4 의정합의 당사자였던 최대집 전 의사협회장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전임, 현직 회장이 힘을 합쳐 이번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강행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증원까지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고,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정부는 그동안 의대 정원 증원 여부에 대한 결정과 규모에 대한 결정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현장전문가인 의료계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정부 수요조사에서 과학적‧객관적 분석은 눈에 찾아볼 수 없고 일방적인 수요조사를 근거로 의대 정원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이 올 1년간 의료현안협의체에 책임감 있게 참여해 오면서 각종 대안을 제시해 왔음에도 정부는 의사 인력 배분의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 없이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인프라 부재를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잘못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필수의료의 붕괴에 직면해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오로지 의대 정원 증원이 모든 해법인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계와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은 그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온 사항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9.4 의정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정 관계 신뢰 무너뜨린 정부 책임자 경질해야”
의협은 집행부 산하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즉각적으로 조직적인 투쟁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필수 회장은 “정부는 9.4 의정합의 원칙을 준수해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한다면 의료계의 역량을 총동원해 권역별 궐기대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개최 등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갈 것이며 파업에 대한 전회원 찬반투표를 즉각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졸속·부실·불공정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진행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의료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의정관계의 신뢰를 무너뜨린 정부 책임자를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도 정부측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대정원 문제를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풀어야 한다”며 “정부가 의협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강제로 의대정원 조정에 나선다면, 모든 수단의 강력한 투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집 전 회장 “윤석열 정부는 상습 사기꾼 집단이냐?”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9·4 의정합의를 체결한 당사자인 최대집 전 의협 회장도 함께했다.
최 전 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합법 정부인가 아니면 상습 사기꾼 집단인가”라며 “현 정부의 일방적 9.4 의정합의 파기에 맞닥뜨려 의료계는 더 밀릴 곳도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전국의사총파업, 범사회적 대정부 투쟁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따라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온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복지부 “의대정원 문제는 협상 대상 아닌 국가정책”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의협의 총파업 언급에 유감을 표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이후 18차례에 걸쳐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이어온 입장에서 유감”이라며 “그동안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진정성을 갖고 17차에 걸쳐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확충과 의료사고 부담 완화, 충분한 보상, 근무 여건 개선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정책은 서로 보완해 병행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며 “의대정원 문제는 의협뿐 아니라 필수의료 현장의 환자와 의료소비자, 지역의료 현장의 주민 등 국민의 생명·건강과 관련돼 있는 국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복지부는 “정부는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면서 의료단체와 계속 협의하고, 환자단체 등 의료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필수의료 확충과 제도 개선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의 이같은 입장은 의대 증원 문제가 의료계와의 합의 또는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